[국내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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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화는 이나영, 강동원 주연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입니다.
세 번째 자살도 실패한 그 해 겨울, 모니카 고모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 갔다.
내키진 않았지만, 정신병원에서 요양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독해 보이는 창백한 얼굴의 사형수. 내내 거칠고 불쾌하게 구는 저 녀석이나 잘못한 거 없이 쩔쩔 매는 고모나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가관이네, 끝!”하고 바로 잊어버렸을 텐데, 어쩐지 마음이 울컥한다. 아, 이 남자...!
내 생애 마지막이 될 겨울의 어느 날, 만남의 방에 불려갔다. 찾아온 수녀에게 나 좀 건들지 말라고 못되게 말해줬다. 그런데, 창가에 서 있는 저 여자, 죽은 동생이 좋아했던 애국가를 부른 가수 문유정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동정도 어색한 기색도 없이 그저 서늘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난 날. 억지로 왔다며 기분 더럽다며 신경질을 부리는 이 여자, 어쩐지 나를 보는 것만 같아 눈을 뗄 수 없다.
교도소 만남의 방. 두 사람이 마주 앉는다. 부유하고 화려한 여자와 가난하고 불우했던 남자. 너무도 다르지만, 똑같이 살아있다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하던 그들. 처음엔 삐딱하고 매몰찬 말들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이내 서로가 닮았음을 알아챈다. 조금씩 경계를 풀고 서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두 사람. 조그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온기만큼 따스해져가는 마음. 그들은 비로소,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게 된다.
유정이 고백을 들은 윤수의 진심 어린 눈물은 유정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윤수의 불행했던 과거와 꼬여버린 운명은 유정의 마음을 울린다. 상처로 상처를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그들의 절망은 기적처럼 찬란한 행복감으로 바뀌어간다. 이제, 여자는 스스로 죽을 결심 따위는 할 수 없게 되고, 남자는 생애 처음 간절히 살고 싶어진다. 세상에 ‘사랑’이 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의 기쁨을 알게 해준 서로가 더 없이 소중하다.
매일 목요일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램이 그들 마음에 가득 차오를 무렵,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 유정과 윤수가 서로에게 느끼는 애정은 단순히 남녀가 이성에 대한 감정으로서 느끼는 사랑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똑같이 상처를 가지고 아파하는 인간에 대해 느끼는 애정인 것이다. 이 영화는 멜로영화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랑이든 아니든 그 어떤 감정이라도 주고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이 서로에게 해주는 것은 유별난 것도, 대단한 것도 없다. 단지 그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누구에도 말 못할 것 같았던 가슴 아린 상처를 서로에게 털어놓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대단한 선물이나 도움을 주지는 않더라도 그들은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은 때로 시시하다 싶을 정도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하기도 한다. 부모 자식 관계, 연인 관계, 친구 관계에 있어서 때론 큰 선물이나 대단한 보답이라도 받아야지 깊은 감동을 받을 것 같기도 하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다. 단 말 한마디라도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긴 말이라면 상대방은 억만금 선물을 받은 것보다 기뻐할 것이고, 심지어는 말조차도 필요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아픈 내면을 털어놓아도 아무말 없이도 그저 받아들이고 괜찮다고 침묵으로 고개를 끄덕여주는 이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때로 우리를 감싸고 있는 온갖 불행과 아픔이 너무나 짙고 어두워서 그것들을 걷어내려면 뭔가 대단한 행운이나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사실은 자기 시각에 걷힌 어둠의 장막을 조금만 들어내보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주변의 수많은 축복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이렇게 우리가 너무나 둔하게 자주 잊어버리는 진리를 다시금 깨우쳐준다.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내게 손 내밀어 줄, 또는 내가 손 내밀어 줄 타인들이 같은 공기를 함께 마시며 서 있는 지금 이 순간, 사람으로서 같은 사람들과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우리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인 것이다.
글: 혜진(ccm사역자)
세 번째 자살도 실패한 그 해 겨울, 모니카 고모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 갔다.
내키진 않았지만, 정신병원에서 요양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독해 보이는 창백한 얼굴의 사형수. 내내 거칠고 불쾌하게 구는 저 녀석이나 잘못한 거 없이 쩔쩔 매는 고모나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가관이네, 끝!”하고 바로 잊어버렸을 텐데, 어쩐지 마음이 울컥한다. 아, 이 남자...!
내 생애 마지막이 될 겨울의 어느 날, 만남의 방에 불려갔다. 찾아온 수녀에게 나 좀 건들지 말라고 못되게 말해줬다. 그런데, 창가에 서 있는 저 여자, 죽은 동생이 좋아했던 애국가를 부른 가수 문유정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동정도 어색한 기색도 없이 그저 서늘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난 날. 억지로 왔다며 기분 더럽다며 신경질을 부리는 이 여자, 어쩐지 나를 보는 것만 같아 눈을 뗄 수 없다.
교도소 만남의 방. 두 사람이 마주 앉는다. 부유하고 화려한 여자와 가난하고 불우했던 남자. 너무도 다르지만, 똑같이 살아있다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하던 그들. 처음엔 삐딱하고 매몰찬 말들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이내 서로가 닮았음을 알아챈다. 조금씩 경계를 풀고 서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두 사람. 조그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온기만큼 따스해져가는 마음. 그들은 비로소,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게 된다.
유정이 고백을 들은 윤수의 진심 어린 눈물은 유정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윤수의 불행했던 과거와 꼬여버린 운명은 유정의 마음을 울린다. 상처로 상처를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그들의 절망은 기적처럼 찬란한 행복감으로 바뀌어간다. 이제, 여자는 스스로 죽을 결심 따위는 할 수 없게 되고, 남자는 생애 처음 간절히 살고 싶어진다. 세상에 ‘사랑’이 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의 기쁨을 알게 해준 서로가 더 없이 소중하다.
매일 목요일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램이 그들 마음에 가득 차오를 무렵,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 유정과 윤수가 서로에게 느끼는 애정은 단순히 남녀가 이성에 대한 감정으로서 느끼는 사랑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똑같이 상처를 가지고 아파하는 인간에 대해 느끼는 애정인 것이다. 이 영화는 멜로영화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랑이든 아니든 그 어떤 감정이라도 주고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이 서로에게 해주는 것은 유별난 것도, 대단한 것도 없다. 단지 그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누구에도 말 못할 것 같았던 가슴 아린 상처를 서로에게 털어놓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대단한 선물이나 도움을 주지는 않더라도 그들은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은 때로 시시하다 싶을 정도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하기도 한다. 부모 자식 관계, 연인 관계, 친구 관계에 있어서 때론 큰 선물이나 대단한 보답이라도 받아야지 깊은 감동을 받을 것 같기도 하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다. 단 말 한마디라도 진심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긴 말이라면 상대방은 억만금 선물을 받은 것보다 기뻐할 것이고, 심지어는 말조차도 필요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아픈 내면을 털어놓아도 아무말 없이도 그저 받아들이고 괜찮다고 침묵으로 고개를 끄덕여주는 이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때로 우리를 감싸고 있는 온갖 불행과 아픔이 너무나 짙고 어두워서 그것들을 걷어내려면 뭔가 대단한 행운이나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사실은 자기 시각에 걷힌 어둠의 장막을 조금만 들어내보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주변의 수많은 축복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이렇게 우리가 너무나 둔하게 자주 잊어버리는 진리를 다시금 깨우쳐준다.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내게 손 내밀어 줄, 또는 내가 손 내밀어 줄 타인들이 같은 공기를 함께 마시며 서 있는 지금 이 순간, 사람으로서 같은 사람들과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우리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인 것이다.
글: 혜진(ccm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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