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멋진 교회, 멋진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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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세아 (218.♡.124.111) 댓글 2건 조회 3,427회 작성일 05-08-2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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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비가 심상치 않게 왔다.
아니...비보다는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우리 나라에 직접 영향은 없었지만... 일본에는 큰 태풍과 폭우로 피해가 있던 날이다.
 
우산을 꺼내들고
기타를 등에 매고
가방을 어깨에 매고
전철을 타고 약 1시간 20분이 지나서 청량리 역에 내렸다.
 
비가 오는 중에도
여러분이 광장에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ㄷ자형태로 광장 중심부에 비를 맞으며 세우기 시작했다.
무척 분주해 보였다.
비는 추적추적..내렸지만.
그분들의 손놀림은 무척 분주했다.
 
ㄷ자가 완성된 후에 중앙엔 천막보다 몇배나 되는 천이 펼쳐지고
그 안에 하우스용 파이프가 하나씩 세워지면서
광장 전체는 천막으로 덮이기 시작했다.
 
천막이 완성되자
의자들이 하나씩 펼쳐지고 비를 맞지 않고 3-4백명 이상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삽시간에 완성되었다.
 
목사님께 인사드리고 나니 2분의 찬양사역자가 도착하셨다.
 
의자가 다 놓이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11시가 채 되기도 전에 모든 자리가 다 찼다.
모습을 보니 모두가 다 노숙자로 보이진 않았다.
주변의 노인들도 많이 모이셨다.
노숙자와 노인들로 구성된....
건물이 없는...
임시용 천막만 있는 교회...
이곳이 바로 교회였다.
 
찬양 도중...
벌써 주무시는(^^) 분들이 있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따라하시지는 않아도 모두 열심히들 보고 계셨다.
 
이어서
목사님의 구수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예배가 이어지고...
꼭 필요한 설교 말씀이 전해졌다.
 
설교를 들으며 너무도 귀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땅에 많은 설교자가 있고 목회자가 있지만...
물론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다양한 섬김의 모습을 허락하셨지만...
최근에...
큰 교회 세련된 목사님..목회자들을 많이 보아왔기에...
노숙자들을 섬기고 그들을 위해 삶을 헌신한
귀한 사역자를 보니...
주님이 정말 기뻐하시는 분이시란 걸....
계시를 받지 않아도 그냥 느끼게 된다.
 
찬양사역자들이 서는 많은 화려한 무대가 있지만...
일년이 넘도록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이곳을 섬기는
선배 사역자의 모습에서
진정한 찬양사역자의 자세를 배우게 된다.
여름엔....그래도 좀 낫다고 한다.
겨울엔....
기타와 건반을 누르기가 너무 힘든 상황도 많다고 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으로 찬양하며 섬기시는 모습...
...
 
예배가 마쳐지고 바로 그곳에서 무료 급식이 시작되었다.
마침 그날은 경동교회에서 봉사를 나오신 날이었다.
나도 손에 위생장갑을 끼고...
식판을 나르기 시작했다.
 
이...
식사 한끼를 위해
비가 오는 중에도 꼼짝않고..화장실도 가지 않고...
그자리에 가만히 기다리셨던 분들....
물론 그중에는 제대로 예배드리신 분도 있지만...
많은 분들은 그 식사때문에 오신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복음이 들어가고... 찬양이 삶을 울리고.....
구주를 영접하면 성령께서 그들을 새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보신다는 목사님의 말씀...
 
암튼....
열심히 식사를 날랐다.
얌전히 빗물 떨어진 식판을 너무나도 소중하게 받으시는 그분들을 보며...
 
얼핏 드는 생각이 있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주님이 여기 계시는구나.... !! 서울엔 여기에 계셨었구나...!"
 
식사를 마치신 분들은
금방 사라졌다.
그리고 의자가 정돈되고...천막이 하나씩 거두어지고....
시설들이 치워지고....
 
청량리역 광장은 다시 아무것도 없는....
단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색색의 우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빗소리와 경적소리만 들리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다시 주일이 되면 이곳엔 교회가 선다.
그 교회는 몇시간 후 또 사라진다.
 
하지만...
벽돌 한장 없는 그 교회엔...
주님이 계셨고
그곳의 예배는 주님이 받고 계셨고...
그곳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땀을 주님이 닦아주고 계셨다.
 
........
 
 
서울에 주님이 계신 또 다른 곳을 보고 왔다.
 
[p.s] 모든 것이 끝난 후 선배 찬양사역자께서 따뜻한 커피 한잔 사주셨는데... 그 커피.... 정말... 따뜻하고 향기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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