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식인들 '아베담화 검증·비판' 책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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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식인들 '아베담화 검증·비판' 책 펴내
한겨레 입력 2015.10.27. 20:41[한겨레]‘무라야마 담화 계승모임’ 회견
“가장 큰 문제는 식민지배 반성·사죄 뺀것”
일본의 지식인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후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아베 담화’를 철저히 검증·비판한 책을 펴냈다.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모임’(이하 모임)은 27일 도쿄 지요다구 참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월 중순 아베 담화가 공개된 뒤 이 담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모임에 소속된 학자, 변호사, 작가, 전직 외교관 등이 모여 담화의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집필엔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다카시마 노부요시 류큐대학 명예교수 등 18명이 참여했고, <검정 ‘아베 담화’-전후 70년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적 의의>란 이름으로 일본의 아카시서점에서 15일 출판됐다. 담화에는 무라야마 담화의 주인공인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와의 대담도 실렸다. 이들은 11월5일 이 책의 출판을 기념하는 기념 심포지엄도 열 예정이다.
아베 담화에 대한 이 책의 기본 인식은 “지난 전쟁의 사실을 정면에서 받아들여 전쟁에 대한 반성과 평화로운 미래에 대한 맹세의 뜻을 밝힌 문서로서 전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무라야마 담화’와 비교한다면 크게 부족한 담화”라는 것이다. 가마쿠라 다카오 사이타마대학 명예교수는 권두언에서 “담화는 무라야마를 계승한다는 인식 아래 사죄와 반성을 말하면서도, 결국 전후 70년을 끝으로 더 이상 사죄를 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나카 명예교수는 아베 담화의 가장 큰 문제는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빠진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담화에는 ‘러일전쟁이 식민지 지배 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주었다’는 언급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러일전쟁을 통해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이런 일본 우파의 전형적인 논리를 담화에 넣어 식민지배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담화의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카시마 명예교수도 “‘일본의 (러일전쟁) 승리가 아시아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라는 아베 담화의 역사 인식이 앞으로 일본 교과서에 소개된다면 일본의 중학생들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나. 일본의 학생들이 이런 수준의 역사 인식을 가진 자국의 총리를 경멸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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